Saturday, June 30, 2018

할머니들이 무서운 세상

심리 상담이나 치료를 하는 사람들이 권하는 사례가 있다. 선한 습관에 몰입하게 되면 그 습성 때문에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도 30여 년 동안 수영을 즐기는 습관을 쌓아왔다. 지방에 갔다가 서울에 도착하면 피곤을 풀기 위해 집으로 가지 않고 곧장 수영장을 찾았다. 동행했던 사람은 의아해한다. 그러나 나는 수영을 통해 모든 피곤과 스트레스를 푼다. 그것이 습관이 되었다. 오늘은 주말이어서 시간을 쪼개 수영을 했다. 심신이 경쾌해진다. 내 친구는 그 습성 때문에 정기적으로 등산을 했다.

할머니들이 무서운 세상
오늘은 수영을 끝내고 버스를 탔는데, 노인들을 위한 효도 수영을 함께 하던 사람을 만났다. 내가 "요사이는 정해진 시간을 지킬 수가 없어서 때로는 수영장을 바꾸곤 한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효도 수영으로 맺은 친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얘기다. "저도 사정만 허락되면 옮겨야겠어요. 비용이 덜 들기도 하고 시간만 맞추면 교통도 편해서 좋은데, 할머니들 천하에 우리 몇 사람이 겨우 끼여 지내니까 안 되겠어요. 요사이는 5~6명 되던 남자 회원이 점점 줄어드니까 오래지 않아 쫓겨날 것 같기도 하고, 어떤 때는 할머니들의 위세에 눌려 수영하는 재미마저 없어지는 것 같아요." 사실은 나도 그랬다. 할머니들은 한 레인에서 두세 명이 여유롭게 수영을 하는데, 할아버지들은 한 레인에서 5~6명이 몰려다닌다. 내가 용기를 내서 할머니들 칸으로 갔다. 어디서나 남녀는 함께 수영을 하게 되어 있고 사람이 적은 칸으로 가서 함께 헤엄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보다 키도 크고 체중도 대단해 보이는 할머니가 준엄하게 말했다. "여기는 여자들이 사용하는 곳입니다." 할 수 없이 쫓겨났다. 나보다 선배가 될 정도로 오래 수영장에 다닌 80대 할아버지에게도 항의를 섞어 불평했다. "오래되신 선배께서 좀 얘기해 시정하도록 해주세요"라고. 그 할아버지는 나보다도 왜소한 편이다. 내 얘기를 듣더니 "말해보았자 소용이 없습니다. 나는 할머니들이 무서워서 말도 못 꺼냅니다. 우리는 많아야 5~6명이고 할머니들은 40~50명이 되니까, 체육관에서도 우리를 반가워하지 않는 것 같고요"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할아버지들은 기가 꺾이고 발언권도 없어지고 만다. 말은 안 하지만 버스에서 만났던 사람도 할머니들이 무서웠던 것 같다.

수영장에서만 그런것은 아닌다. 80대쯤되먄 가정에서도 남편들은 할머니들의 보호 밑에 살아야하니까, 눈치를 보면서 용돈을 얻어쓰는 신세가 된다. 연금만 없으면 남편들을 쫓아내고 싶다는 게 일본 여성들의 공론이라고 한다. 이대로 세월이 지나면 세상이 여성사회로 바뀌고 우리같은 노인네들은 존재 가치가 없는 인생으로 밀려날지도 모르겠다. 어디 호소할 곳도 없고 ...

Monday, June 18, 2018

75세 고개 넘으면 건강 관리법 완전히 새로 배워라

'고령인' 나이와 건강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최근 노인을 두 단계로 구분하려는 시도가 한창이다. 65~74세를 '준(準)고령인'이라 하고, 75세 이상을 '고령인'으로 하자는 내용이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75세를 기준으로 제안한다. 일산백병원 가정의학과 양윤준 교수는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75세 이후로 신체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고, 80세부터는 앓는 질환이 갑자기 늘어난다"며 "75세 전후로 신체 상태와 건강 관리법이 확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혈압·혈당 관리, 75세 이후 '느슨하게'65~74세 노인은 혈압·혈당 목표를 중장년층과 비슷한 수준으로 강하게 잡는다. 체중 감량, 운동 역시 강도 높게 하도록 권장한다. 반면 75세 이상은 느슨하게 관리하도록 한다. 혈당 수치보다는 저혈당 등 부작용을 예방하는 것이 우선이다. 미국당뇨병학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당화혈색소(3개월간 혈당 조절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 정상 6.5% 이하)를 ▲건강한 노인은 6.5~7.0% ▲쇠약한 노인은 8.5% 이하 ▲매우 쇠약한 노인은 9.0% 이하를 목표로 삼는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임수 교수는 "집안일·목욕 같은 일상생활을 혼자서 무리 없이 한다면 건강한 노인, 누군가의 도움이 약간 필요하면 쇠약한 노인, 혼자서는 불가능하면 매우 쇠약한 노인으로 구분한다"며 "일상생활 수행능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나이가 75세 전후"라고 말했다.


비교적 젊고 건강한 75세 미만 노인은 살을 빼고 과식을 피해야 하지만, 고령이면서 쇠약해진 75세 이상 노인은 고기 등 단백질을 되도록 많이 먹으면서 체중이 줄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비교적 젊고 건강한 75세 미만 노인은 살을 빼고 과식을 피해야 하지만, 고령이면서 쇠약해진 75세 이상 노인은 고기 등 단백질을 되도록 많이 먹으면서 체중이 줄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고혈압도 비슷하다. 고령 환자의 적절한 목표 혈압에 대한 결론은 아직 확실히 나지 않았지만, 진료 현장에서는 나이가 많을수록 목표 혈압을 높게 정하고 있다. 65~74세는 140/90(㎜Hg)미만, 75세 이상은 150/90 또는 160/100 미만으로 관리하는 식이다. 서울시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오범조 교수는 "고령 환자의 혈압을 너무 강하게 관리하면 저혈압 등 부작용으로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콜레스테롤, 나이 들어선 적절히 높게이상지질혈증의 경우 고령일수록 되려 유병률이 낮다. 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보면 60~69세의 이상지질혈증 환자 비율은 전체의 37.6%지만, 70세 이상에선 23.9%다. 섭취하는 음식이 바뀌기 때문이다. 나이 들면 입맛이 바뀌고 치아가 나빠져 고기 등 기름진 음식을 꺼린다.

75세 이후로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진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 오히려 75세 이후엔 콜레스테롤 수치를 적절히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콜레스테롤은 혈관 벽의 주요 재료다. 너무 줄어들면 혈관 벽이 약해져 뇌졸중·심근경색 위험이 높아진다. 또한 콜레스테롤은 호르몬의 주요 재료이기도 하다. 나이 들어 각종 호르몬의 분비량이 감소한 상태에서 콜레스테롤 섭취마저 줄어들면 신체 균형이 더 빠르게 무너진다.

◇나이 들수록 과체중일 때 치매 위험 낮아져이러한 이유로 의사들은 75세 이후부터는 고기·과일 등을 충분히 먹으라고 권장하고 있다. 75세 미만은 체중이 적을수록, 75세 이상은 약간 과체중이어야 사망률이 낮다. 임수 교수는 "75세 이후의 과체중은 신체 기능 저하로부터 일종의 완충재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체질량지수(BMI) 기준 23~25가 적당하다"고 말했다.

체중이 치매에 미치는 영향도 75세를 전후로 확연히 다르다. 75세 미만에선 과체중·비만이, 75세 이후론 저체중이 치매 위험을 높인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노인 68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60~69세의 경우 비만일 때 치매 위험이 정상 체중보다 70% 높았지만, 70세 이상에선 오히려 3%, 80세 이상에서는 비만일 때 치매 위험이 22%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65~74세는 팔·어깨 부상, 75세 이상 다리·고관절 골절 주의낙상(落傷)을 입더라도 65~74세는 손목·팔·어깨처럼 상체에 부상이 집중된다. 75세 이상은 다리·고관절 골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어깨관절치환술을 받은 노인은 65~74세가 3만3121명, 75세 이상이 2만2621명이었다. 반면 고관절치환술은 65~74세가 5287명, 75세 이상이 1만3532명이었다. 양윤준 교수는 "75세 이상은 근육량이 더 적고 반응 속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넘어지면 손을 짚어 몸을 보호하지 못하고 엉덩방아를 찧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나이 들수록 골다공증이 더욱 심해져 같은 충격이라도 골절로 이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암은 75~80세에 발병률이 가장 높다. 그러나 75세 이전에 많이 발생하는 암도 있다. 여성의 유방암·갑상선암이다. 국립암센터 김열 암관리사업부장은 "이유는 모르지만 한국·일본 등 동아시아에선 40~60대 젊은 유방암 환자가 많다"고 말했다.

2018.06.19 06:39

출처 :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18/2018061803453.html


Friday, June 8, 2018

시애틀 은퇴 부부가 사는 법


스마트폰 들고 길에서 5년 "집도 팔았죠. 세상이 내 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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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서교동 한 골목에서 마이클·데비 캠벨 부부가 '집'으로 향하고 있다. 5년간 세상을 누빈 이들은 '매일 무엇인가를 배우는 한, 즐거운 한, 그리고 서로 사랑하는 한 유목민으로서의 삶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시애틀의 근사한 집, 대형 자동차 그리고 요트. 
2013년 1월 40여 년 커리어를 뒤로 하고 은퇴한 마이클(73)과 데비(63) 캠벨 부부의 주요 자산들이었다. 스무살 첫 직장을 얻어 스포츠 프로모터로 일해 온 마이클, 어린 나이부터 그래픽 디자이너로 경력을 쌓아 온 데비는 냉장고 문에 ‘버킷 리스트’를 붙여 두고 은퇴 기념 첫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어느 날 여행지 목록을 유심히 보던 딸은 “이 정도면 아예 민박하면서 장기 여행을 해도 될 것 같은데”라고 말했다. 
그런 방법이 있었다니. 캠벨 부부는 당장 에어비앤비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고 통역 앱 사용법을 익혔다. 미국 시민이 해외에서 비자 받는 법, 국경을 이동할 때 주의점들을 숙지하고 나니 떠날 준비가 얼추 돼 있었다. 요트와 자동차를 팔고 집을 정리했다. 그리고 그대로 새로운 삶, 노마드의 삶으로 뛰어들었다. 같은 해 7월 첫 여행지는 프랑스 파리. 
“당시엔 무엇을 볼지 다 정해 뒀죠. 계획 세우기가 여행에서 가장 즐거운 부분이에요. 우리는 '원숭이 퍼즐(monkey puzzle)'이라고 부르죠.” 

여행가방 두 개, 베개 두 개, 16권째 여행 노트. 
2018년 5월 말, 78번째 여행 국가로 한국을 방문한 캠벨 부부가 지니고 있는 자산들이다. 지난 5일 중앙SUNDAY와 만난 캠벨 부부는 한국에 대해 할 이야기가 이미 한 보따리였다. “2호선 녹색선에 ‘에이치(H)’로 시작되는 대학이 그렇게 많을 줄이야. 음식을 주문해야 하는데 선택해야 할 게 너무 많아 어찌나 어렵던지요.” 데비는 웃으며 쉴 새 없이 에피소드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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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을 누비며 유목민 생활을 만끽한는 캠벨 부부의 짐은 큰 트렁크 둘, 배낭 둘이 전부다. 그 이상은 여행을 방해한다. 물건을 사지 않고 만약 하나를 사면, 하나를 버린다. [캠벨 부부 제공]

세계 260여 개 도시를 방문하며 얻은 경험치는 5년 전과 비교할 게 아니다. 우선 에어비앤비로만 1000일 이상을 묵어 ‘수퍼 게스트’에 등극했다. 뉴욕타임스 서평란에 실린 책(『Your keysOur home』)의 저자가 됐고, 인기 여행 사이트(seniornomads.com)의 주인장이 됐다. 
“6개월만 시험적으로 해보기로 했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시애틀에 그냥 있었으면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요.” 
처음 계획했던 6개월이 지나자 부부는 계획을 연장하고 집도 처분했다. 유럽을 돌고 아프리카 중동을 지나 뉴질랜드 호주를 거쳐 아시아로 들어왔다.한국 다음 목적지는 일본이다. 올여름에는 다시 프랑스와 유럽을 돌고 캐나다를 거쳐 10월에는 시애틀에서 결혼 40주년 기념식을 갖는다. 그 다음은? “78개국을 봤지만 아직도 못 가 본 곳이 너무 많아요. 10월 이후엔 브라질로 향할 것 같네요.” 

그동안 이탈리아 해변의 요트 에어비엔비에서 흔들리며 쪽잠을 잔 적도 있고, 잘츠부르크의 암반을 깎아 만든 동굴 숙소에서 지낸 밤도 있다. 마이클이 세어 보니 대략 200여 개 종류의 침상을 경험했다. 어딜 가나 베개는 꼭 들고 가는 이유다. 하루 평균 3~4마일(4.8~6.4 ㎞)을 걸으며 세상을 봤다. 에어비앤비를 하도 많이 이용하다 보니 지난해에는 샌프란시스코 에어비앤비 본사에서 10주간 인턴으로 일하는 독특한 경험도 했다. “딱 영화 ‘인턴’ 같았어요. 너무 젊은 동료들 틈에서 게스트 평가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신선한 자극을 받았어요.” 데비의 말이다. 

서울 서교동 주민 캠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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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과 데비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얻은 숙소에 살면서 주민의 삶에 녹아드는 것을 즐긴다. 5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 인근 벤치에서 포즈를 취했다. 신인섭 기자
지난달 30일 한국에 도착한 부부는 홍대입구역 인근 빌라 5층에 ‘한국 집’을 얻었다. 이들에게 숙소는 집, 홈(home)이다. 한국에서 경복궁 한복 투어와 통의동 시장 방문, 비무장지대 투어도 했다. 하지만 로컬 삶의 체험에 더욱 관심이 간다고 했다. 데비는 ‘용기를 내’ 홍대입구역 한 미용실에서 손짓·발짓으로 설명해 머리를 손질했다. 또 한국 치킨의 ‘마력’에 빠지기도 했다. 지난 3일 밤은 잠실구장에서 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를 내야석에서 관람했다(LG가 8대 0으로 이겼다). 미국 야구 경기엔 없는 치어리더를 보는 게 신기했다. 하지만 말린 문어 도전만큼은 하지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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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프로모터로 오래 일한 '스포츠광' 마이클은 방문지에서 스포츠 경기 관람을 즐긴다. 지난 3일 잠실구장을 방문해 LG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를 관람했다. [캠벨 부부 제공]
데비는 홍대 인근을 아주 마음에 들어 했다. “상당히 패셔너블하고 멋지게 차려입은 아이들, 젊은이들이 넘치니 신나죠. 우리가 이 동네 최고령 주민인 게 분명해요.” 부부는 1주일간 홍대 구석구석을 훑어 보며 주민 생활을 즐겼다. 아쉬운 점은 근처에 신선한 채소를 살 시장이 없다는 것! 숙소와 교통, 분위기는 딱 그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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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벨 부부는 '세계 시민'이라는 마음으로 산다. 방문한 곳 뉴스는 '내 일'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5일 비무장지대 투어 이후 포즈를 취했다. [캠벨 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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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벨 부부는 '세계 시민'이라는 마음으로 산다. 방문한 곳 뉴스는 '내 일'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5일 비무장지대 투어 이후 포즈를 취했다. [캠벨 부부 제공]
길 위에 집을 둔 부부에겐 세상만사가 다 ‘내 일’이다. 이날 비무장지대를 방문하고 온 터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회담한 곳을 직접 보니 더욱 뉴스가 와닿았다”고 말했다. 마이클은 “이젠 어떤 뉴스를 들어도 우리 얘기 같다”고 했다. “어제(4일) 요르단 총리 실각 사태 소식을 들으면서 요르단에서 만난 친구들을 떠올렸죠. 한국 오기 직전 체류했던 싱가포르에서는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센토사섬을 둘러보기도 했어요.” 데비는 “모든 일에 연루돼 있다는 마음이 들고 세계 시민이라는 생각으로 산다. 우리가 여기 살고 있고, 여기에 속해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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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비는 '올드 스쿨' 방식으로 여행을 기록한다. 대학 노트에 빼곡하게 감상을 적고 이후 시니어노마드 사이트에 올릴 기초 자료로 사용한다. 벌써 16권째 노트를 작성하고 있다. 전영선 기자
가는 나라의 정보를 미국정보국(CIA) 월드팩트북에서 확인하는 마이클이 한국에 대해 가장 놀라워하는 것은 출산율과 비만율이었다. “출산율이 226개 국가 중 220위이더라고요. 세계에서 거의 제일 낮죠. 그런데 한국은 부채도 없고, 인플레도 없고, 세금과 실업률도 낮고 이렇게 모두 날씬하다니. 굉장해요.” 

부부는 자칭 타칭 ‘시니어 노마드’, 그러니까 은퇴 유목민이다. “우리는 여행하는 게 아니에요. 길 위에 우리 집이 있을 뿐이죠.” 
유명 관광지를 보겠다고 무리하지 않고 여행자의 속도가 아닌 생활인의 속도로 움직인다. 빨래와 요리를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낮잠을 자기도 한다. 인근 종교시설을 구경하면서 같이 예배도 보고 주민 대상 무료 이벤트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얼마를 머물든지간에 그 동네에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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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가 아니라 방문한 곳의 주민으로 산다는 이들은 방문지 이벤트에 적극 참여한다. 호주 여행 중 난민 지원 센터에서 자원 봉사로 샐러드를 만들고 있는 데비 캠벨 [캠벨 부부 제공]
이러니 예산은 여비가 아닌 생활비 개념이다. 마이클은 “시애틀에서 은퇴자의 삶을 살면서 쓰는 정도의 돈을 쓰는 것이었어요. 가능할지 우리 재무 상담사와 계획을 짰죠. 결론은 숙소에 쓰는 비용을 하루 평균 90달러로 맞추면 가능하다는 것이었어요. 세상을 보고 즐기면서 돈은 거의 똑같이 쓰는 것인데, 당연히 움직여야죠.” 부부는 5년 전 세운 계획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물론 포기한 것도 있다. 이들 부부는 물건을 사지 않는다. 어차피 하나를 사면 하나를 짐에서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저가항공을 이용하고 외식도 거의 하지 않고 숙소에서 밥을 해먹거나 간단히 거리 음식으로 때운다. 
마이클은 “은퇴 자금을 충분히 모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축복받은 편이다. 미국엔 그렇지 못한 사람이 많다”면서 “하지만 절대 부자라서 이렇게 다니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시애틀에서도 썼을 생활비와 부부가 아직 건강하다는 점이 이들의 여정을 지탱하는 가장 큰 조건이다. 
2남 2녀를 둔 부부는 자녀에게도 영감을 주고 있다. “우리 애들은 전혀 걱정하지 않아요.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큰아들은 애들 둘을 휴학시키고 1년간 가족과 세계여행을 다녀왔어요. 우리를 보고 쿨하고 자랑스럽다고 생각하는 거죠.” 

부부 여행의 기술 
부부가 24시간을 함께하면 싸울 일은 없을까. 캠벨 부부는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 중 하나”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데비는 “다행히도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고 서로 각각 맡은 바가 달라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마이클이 아프리카를 썩 내켜 하지 않았다는 정도가 지난 5년간 가장 큰 이견이었다. 예술가 기질이 강한 데비와 정보 습득을 중요시하는 마이클이 서로 하고 싶은 게 다른 날은 각각 따로 움직인다. 
언제까지 노마드로 살 수 있을지는 이들 부부도 가끔 생각하는 문제다. 물론 힘든 날도 있고 스트레스도 적지 않지만, 돌아오는 즐거움이 더욱 크다. 매년 한 해가 마무리될 때쯤 서로에게 묻는다. "계속할까?(Do you wanna keep going? )" 대답은 늘 같았다. “그럼(Yeah)”. 
이들은 자신을 보고 부러워하는 사람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나이가 많다고 좁은 세상에 갇히지 말아야죠. 꼭 우리처럼 여행일 필요는 없어요.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도 ‘할 수 없는 이유’ 수십 가지를 만들어 피하지 말고 용기를 끌어모아 도전하세요.”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시니어 노마드(Senior Nomads)= 연장자(시니어)와 유목민(노마드)을 합친 단어로 직장에서 은퇴한 후 모든 재산을 처분해 자유롭게 여행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